글쓰기 기초

'플랜처'와 '팬처', 당신은 계획형 작가인가 즉흥형 작가인가?

상상력발전소 2025. 11. 13. 18:47

'플랜처'와 '팬처', 당신은 계획형 작가인가 즉흥형 작가인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하얀 화면 앞에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등장인물 설정부터 완벽하게 해야 할까?", "아니면 일단 떠오르는 문장부터 적어 내려가야 할까?" 이런 고민에 빠진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지만, 작가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바로 '플랜처(Planner)'와 '팬처(Pantser)'입니다. 이 두 가지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의 거대한 벽을 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이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항해법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플랜처'와 '팬처', 당신은 계획형 작가인가 즉흥형 작가인가?

뼈대부터 세우는 건축가, 플랜처(Planner)

플랜처는 '계획가(Planner)'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쓰기 전에 아주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유형의 작가를 말합니다. 마치 건물을 짓기 전에 완벽한 설계도를 그리는 건축가와 같습니다. 플랜처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요 사건, 인물의 감정 변화, 세계관 설정 등을 꼼꼼하게 정리한 후에야 비로소 본문 집필을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글쓰기는 설계도를 따라 한 층 한 층 건물을 쌓아 올리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1. 플랜처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플랜처는 이야기의 청사진을 만드는 작가입니다. 이들은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고, 각 장(챕터)에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정해 둡니다. 등장인물의 출생 배경, 성격, 버릇, 목표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캐릭터 시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가 있다면, 그 도시의 지도나 연표를 그리는 열정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인 문서로 정리한 뒤에야 안심하고 글을 쓰는 스타일입니다.

2. 플랜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글을 쓰는 도중에 길을 잃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작가의 벽(Writer's block)'을 만날 가능성이 적습니다. 계획이 탄탄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발생할 위험도 줄어듭니다. 특히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나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얽히는 복잡한 구성을 다룰 때, 플랜처의 방식은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3. 플랜처의 단점도 있나요?

계획 단계가 너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뜨거운 열정이 끝없는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식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인물들이 작가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생동감이 떨어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4. 어떤 작가가 플랜처에 해당할까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대표적인 플랜처입니다. 그녀는 각 권의 줄거리를 매우 상세한 표로 정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떤 장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떤 복선이 깔리는지를 미리 꼼꼼하게 계획했습니다. 이처럼 방대한 세계관과 7권에 걸친 긴 이야기를 흔들림 없이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철저한 계획 덕분이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떠나는 탐험가, 팬처(Pantser)

팬처는 '바지(Pants)'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주먹구구식으로 하다(fly by the seat of one's pants)'라는 관용구에서 나왔습니다. 즉, 특별한 계획 없이 오직 감과 즉흥에 의존해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목적지만 어렴풋이 정해놓고 떠나는 탐험가와 같습니다. 어떤 길을 만나고, 누구를 마주치게 될지는 직접 그 길을 걸어보며 알아갑니다. 팬처에게 글쓰기는 예측할 수 없는 모험 그 자체입니다.

1. 팬처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팬처는 보통 한 명의 흥미로운 인물, 혹은 인상적인 첫 문장,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런 성격의 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글을 쓰면서 직접 찾아 나갑니다. 이들은 줄거리의 끝을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작가 자신도 독자처럼 다음 전개를 궁금해하며 집필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팬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와 인물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입니다.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고 창의적인 전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듯한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계획에 얽매이지 않으니 글쓰기 시작에 대한 부담이 적고, 쓰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발견의 연속이 될 수 있습니다.

3. 팬처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막다른 길에 부딪히기 쉽다는 것입니다. 초반에 뿌려놓은 복선을 수습하지 못하거나, 이야기의 중심을 잃고 헤맬 위험이 큽니다. 이로 인해 완성한 원고의 상당 부분을 들어내거나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플랜처보다 작가의 벽에 부딪힐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팬처 스타일의 유명한 작가는 누구인가요?

'공포의 왕' 스티븐 킹이 가장 유명한 팬처 작가입니다. 그는 자신을 화석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에 비유합니다. 이야기는 이미 땅속에 묻혀 있고, 자신은 그저 조심스럽게 붓으로 흙을 털어내며 이야기의 본모습을 드러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결말을 모른 채 글을 쓰며,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플랜처와 팬처, 정답은 없습니다: '플랜스터'의 등장

그렇다면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까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는 플랜처와 팬처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건축가처럼 뼈대를 세우면서도, 탐험가처럼 미지의 영역을 남겨두는 하이브리드 방식, 바로 '플랜스터(Plantser)'입니다.

1.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글쓰기는 0과 1로 나뉘는 이분법이 아닙니다. 어떤 작가는 80퍼센트의 계획과 20퍼센트의 즉흥성을 가질 수 있고, 또 다른 작가는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효율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플랜처와 팬처는 글쓰기라는 긴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 있는 이정표일 뿐, 그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존재합니다.

2. '플랜스터'는 어떻게 글을 쓰나요?

플랜스터는 이야기의 큰 기둥이 되는 몇 가지 핵심 사건(시작, 전환점, 위기, 결말 등)만 정해 둡니다. 이는 마치 여행에서 꼭 방문할 도시 몇 개만 정해놓고, 그 도시 안에서 무엇을 할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는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큰 흐름은 유지하되, 세부적인 장면이나 대사는 쓰는 순간의 영감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계획성의 안정감과 즉흥성의 창의성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3. 나에게 맞는 스타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실험해보는 것입니다. 아주 짧은 단편 소설을 하나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첫 번째는 아주 상세한 계획을 세운 뒤 플랜처 방식으로 써보고, 두 번째는 오직 첫 문장 하나만 가지고 팬처 방식으로 써보는 것입니다. 어떤 과정이 더 즐거웠는지, 어떤 결과물이 더 만족스러웠는지 비교해 보세요. 이 경험을 통해 당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입니다.

결론

플랜처는 튼튼한 설계도를 가진 건축가, 팬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탐험가와 같습니다. 어느 한쪽이 우월하거나 올바른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작가는 철저한 계획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어떤 작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창의력의 불꽃을 태웁니다. 혹은 그 둘을 절묘하게 섞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당신이 어떤 유형의 작가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스타일로 첫 문장을 시작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