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같은 문장 과감하게 삭제하기 (킬 유어 달링스 실전편)
글을 쓰다 보면 유난히 마음에 드는 문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몇 시간을 고민해서 만들어낸 멋진 표현이라서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다시 읽어보면, 그 멋진 문장이 오히려 툭 튀어나와서 글의 조화를 깨뜨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아까워서 그대로 두시나요,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지우시나요? 글쓰기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공들여 쓴 문장을 지우는 일입니다.
글쓰기 격언 중에 '킬 유어 달링스(Kill Your Darlings)'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당신의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라'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누군가를 해치라는 말이 아니라, 글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문장이라도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는 글쓰기의 핵심 원칙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아끼는 문장을 버려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작업을 잘해낼 수 있는지 아주 쉬운 예시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킬 유어 달링스의 진정한 의미
1. 정원사가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를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원사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랐을 때, 건강한 가지라도 과감하게 잘라냅니다. 언뜻 보기에는 멀쩡한 가지를 자르는 것이 아까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지치기를 해야 햇빛과 영양분이 나무 전체에 골고루 전달되어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자랄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이와 똑같습니다. 내가 쓴 모든 문장이 소중해 보일지라도, 전체 글의 주제와 맞지 않거나 흐름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솎아내야 할 가지와 같습니다. 독자가 글의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는 과정이 바로 '킬 유어 달링스'입니다.
2. 영화 편집 과정에서의 삭제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촬영된 모든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감독은 수백억 원을 들여 찍은 화려한 장면이라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편집실 바닥에 버립니다. 실제로 유명한 영화들 중에는 감독이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 통째로 삭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장면이 아무리 멋있어도,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실패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도 자신이 영화 감독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문장이 내 글이라는 영화의 줄거리에 꼭 필요한 장면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왜 아까운 문장을 지워야 하는가
1. 매몰 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우리가 문장을 지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몰 비용' 때문입니다.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인형 뽑기 기계에 5000원을 넣었는데 인형을 못 뽑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돈이 아까워서 계속 돈을 넣는 심리가 바로 매몰 비용의 오류입니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단을 쓰는 데 1시간이나 걸렸어"라는 생각 때문에, 글을 망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우지 못합니다. 쓴 시간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그 문장 때문에 앞으로 독자가 느낄 지루함을 걱정해야 합니다. 과감한 삭제는 과거의 노력에 얽매이지 않고 더 나은 결과를 선택하는 현명한 행동입니다.
2. 독자는 당신의 노력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만, 독자는 오직 결과물인 글만 봅니다. 독자는 여러분이 그 문장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는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직 이 글이 읽기 편한지, 그리고 유용한 정보를 주는지만 판단합니다. 작가가 자기 만족을 위해 남겨둔 현학적인 문장이나 화려한 미사여구는 독자에게는 그저 읽기 힘든 장애물일 뿐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내가 아끼는 문장이 사실은 독자의 시간을 뺏는 잡초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독자를 배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는 것입니다.
실전 연습: 과감하게 삭제하는 기술
1. 부사와 형용사 줄이기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문장을 꾸며주는 말인 부사와 형용사를 남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정말 너무 아름다운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봅시다. '아주', '정말', '너무'라는 수식어가 세 개나 들어가 있습니다. 작가는 꽃이 얼마나 예쁜지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이를 "아름다운 꽃이 피었습니다" 혹은 단순히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고쳐보십시오. 문장이 훨씬 단단하고 힘 있게 변합니다. 수식어는 화장과 같아서, 너무 진하게 하면 본연의 얼굴을 가리게 됩니다. 문장에서 '정말', '진짜', '매우' 같은 단어만 지워도 글이 훨씬 좋아집니다.
2. 접속사 없애기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하지만' 같은 접속사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접속사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접속사를 빼도 문맥을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밥을 먹었다." 이 문장에서 '그래서'를 빼고 "나는 배가 고팠다. 밥을 먹었다."라고 써보십시오. 인과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며 문장은 더 간결해집니다. 접속사가 없으면 문장과 문장 사이의 긴장감이 생겨서 독자가 더 집중하게 됩니다. 자신이 쓴 글에서 접속사를 모두 찾아 표시한 뒤, 없어도 말이 되는 것은 모두 지워보시기 바랍니다.
3. '보관함' 만들기 전략
여전히 지우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불안하다면, '삭제' 대신 '이동'을 선택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글을 쓰던 파일 외에 '보물 창고' 또는 '재활용'이라는 이름의 빈 문서를 하나 더 만드십시오. 그리고 본문에서 삭제하기 아까운 문장이나 문단을 오려내어 그 파일에 붙여넣기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 글을 쓸 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그 파일을 다시 열어보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당장 글을 과감하게 수정하는 데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팁입니다.
삭제가 가져오는 놀라운 변화
1. 주제가 명확해지는 효과
불필요한 문장을 걷어내면 비로소 글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주제가 드러납니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산의 정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초보자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모두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잡다한 이야기를 섞어 씁니다. 주제가 '사과 깎는 법'이라면 사과의 유래나 종류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과감히 빼야 합니다. 곁가지를 쳐내면 독자는 "아, 이 글은 사과를 잘 깎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구나"라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만 남기는 것이야말로 독자에게 전달력을 높이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2. 가독성과 리듬감의 향상
군더더기를 삭제하면 글의 호흡이 빨라지고 리듬감이 생깁니다. 긴 문장은 독자를 지치게 하지만,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여 짧게 다듬은 문장은 경쾌하게 읽힙니다. 예를 들어 설명이 10줄이나 이어지는 문단이 있다고 합시다. 여기서 반복되는 내용이나 사족을 지워 5줄로 줄인다면, 독자는 순식간에 문단을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시대에는 간결함이 곧 경쟁력입니다. 여러분의 글이 술술 읽히기를 원한다면, 더 쓰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빽빽한 숲보다는 잘 정돈된 산책로가 걷기에 훨씬 편한 법입니다.
결론
글쓰기는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비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누구나 자신의 문장에 애착을 갖게 되고, 그 문장들을 지우는 것이 마치 내 살을 떼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내 새끼' 같은 문장을 과감하게 삭제할 때, 여러분의 글은 비로소 독자에게 사랑받는 글로 다시 태어납니다. 오늘부터 글을 다 쓴 뒤에는 붉은 펜을 들고 냉정한 편집자가 되어 보십시오. 수식어를 빼고, 접속사를 지우고, 주제와 상관없는 멋진 문장들을 '보관함'으로 보내십시오. 그 빈자리는 독자의 이해와 공감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글에서 가장 아끼는, 그러나 불필요한 문장 하나를 찾아 지워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명필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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