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작가들이 가장 피해야 할 함정

상상력발전소 2025. 8. 3. 16:28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작가들이 가장 피해야 할 함정

"내 글은 왜 독자들에게 외면받을까?", "결말이 너무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공들여 쌓아 올린 이야기가 독자에게 허무함만 안겨준다면 그보다 속상한 일은 없겠죠. 이 문제의 중심에는 작가들이 빠지기 쉬운 아주 매력적인 함정,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무엇인지, 왜 독자들을 실망시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함정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지 아주 쉬운 예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작가들이 가장 피해야 할 함정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무엇일까요?

1. 하늘에서 내려온 신, 갑작스러운 해결책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라틴어로 '기계 장치에서 온 신'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로,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기중기 같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신 역할을 맡은 배우를 무대로 내려보내 모든 것을 해결하던 연출 기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이야기 속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아무런 예고나 설명 없이 갑자기 나타난 우연한 사건이나 인물, 혹은 능력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都合(つごう) 좋은 전개를 의미합니다.

2. 독자들이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

독자들은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 웃고 울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역경을 지켜보며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지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죠.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주인공을 구원한다면 어떨까요? 그동안의 모든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며 허탈함과 배신감마저 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희귀병에 걸려 죽어가던 주인공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이 알고 보니 전 세계에 단 3명뿐인 특효약 개발자였다는 설정은 독자의 몰입을 순식간에 깨뜨리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 개연성과 필연성의 붕괴

좋은 이야기는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건은 원인과 결과의 사슬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그럴 만해서' 일어나는 일, 즉 개연성(Plausibility)을 갖춰야 합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이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아무런 복선이나 근거 없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캐릭터의 노력이나 성장의 결과가 아닌, 작가가 던져준 행운 덕분이라면 독자는 더 이상 이야기의 세계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이는 잘 짜인 이야기의 규칙을 작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와 같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사례

1. 갑자기 등장하는 새로운 능력이나 도구

주인공이 평생 검술만 연마했는데, 마법사와의 최후의 결전에서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숨겨진 마법 무효화 능력'이 발현되어 승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는 독자에게 짜릿함이 아닌 의아함을 안겨줍니다. 이 능력이 초반부터 암시되거나, 주인공이 이를 얻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묘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잠긴 문 앞에서 좌절하던 주인공이 주머니를 뒤지자 자신도 모르는 만능열쇠가 나왔다는 식의 전개 역시 독자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2. 우연에 기댄 구원자의 등장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주인공이 구조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근처를 지나던 배가 우연히 주인공을 발견해 구조한다면 이는 편리한 우연일 뿐입니다. 하지만 만약 주인공이 배가 지나갈 항로를 미리 계산했고, 가지고 있던 거울로 빛을 반사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면 어떨까요? 이는 주인공의 지혜와 노력으로 얻어낸 '필연적인' 구조가 됩니다. 이처럼 구원은 외부의 우연이 아닌, 주인공의 행동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3. 악당의 어이없는 실수 또는 자멸

이야기 내내 치밀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악당이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유치한 실수를 저질러 패배하는 것 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일종입니다. 예를 들어, 세상을 정복하기 직전의 천재 악당이 자신의 계획을 모두 떠벌리다가 실수로 자폭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독자를 허탈하게 만듭니다. 이는 주인공의 승리를 값싸게 만들고, 그동안 쌓아 올린 악당 캐릭터의 매력과 긴장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최악의 연출입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피하는 방법

1. 복선, 모든 해결의 씨앗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복선(Foreshadowing)'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야기 초반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 장치나 정보를 미리 심어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물려주신 낡은 목걸이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야기 초반에 "이 목걸이는 우리 가문을 지켜주는 특별한 물건이란다"와 같은 대사를 통해 그 중요성을 미리 암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결말에서 "아, 그래서 그 목걸이가 있었구나!"라며 무릎을 치게 될 것입니다.

2. 주인공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라

독자들이 보고 싶은 것은 행운이 따르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입니다. 외부의 도움이나 우연이 아니라 주인공의 선택, 희생, 성장, 혹은 내면의 깨달음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이야기를 설계해야 합니다. 절벽 끝에 매달린 주인공을 누군가 구해주는 대신, 주인공이 절벽을 오르며 익혔던 기술이나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스스로 기어오르게 하는 것이 훨씬 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듭니다.

3. 이야기의 규칙을 지켜라

모든 이야기에는 그 세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의 마법 시스템, SF 세계의 물리 법칙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규칙을 끝까지 존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력을 모두 소진하면 하루 동안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규칙을 설정했다면, 주인공이 위급하다는 이유로 이 규칙을 깨고 마법을 난사해서는 안 됩니다. 일관된 규칙은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고 독자가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결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작가에게 달콤한 유혹일 수 있습니다. 막힌 전개를 손쉽게 뚫어주는 해결책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독자와의 신뢰를 깨뜨리고 이야기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명백한 함정입니다. 성공적인 이야기는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완성됩니다. 이야기 초반부터 복선을 꼼꼼히 심고, 주인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며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자신이 만든 세계의 규칙을 끝까지 지켜나간다면, 독자들은 여러분의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기꺼이 함께할 것입니다. 독자의 마음에 평생 남는 감동적인 결말은 바로 그 정직한 과정 속에서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