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동양 고전의 지혜를 내 이야기에 적용하는 법
"왜 내 글은 항상 밋밋하고 재미가 없을까?", "사람들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비밀은 무엇일까?" 글쓰기나 영상 만들기를 시작한 초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합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바로 동양 고전의 이야기 구조, '기승전결(起承轉結)'입니다. 수천 년간 검증된 이 강력한 도구를 이용하면, 당신의 밋밋했던 이야기도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작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기승전결을 완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기승전결, 도대체 무엇일까요?
기승전결은 단순히 이야기를 네 단계로 나누는 것을 넘어, 감정의 흐름을 만들고 몰입도를 높이는 설계도와 같습니다. 마치 맛있는 요리에 전채, 메인, 디저트 순서가 있듯, 좋은 이야기에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필요합니다. 각 단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이야기의 문을 여는 '기(起)'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여기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암시하며 배경과 주요 인물을 소개합니다. 독자나 시청자가 편안하게 이야기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흥부와 욕심쟁이 놀부 형제가 살았습니다"라는 문장은 앞으로 두 형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임을 알려주는 훌륭한 '기'에 해당합니다. 복잡한 설명보다는 앞으로의 사건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2. 갈등이 본격화되는 '승(承)'
'기'에서 소개된 상황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사건이 전개되는 단계입니다. 주인공은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거나 작은 갈등을 겪기 시작합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놀부는 부자가 되고 흥부는 점점 가난해지는 상황이 바로 '승'입니다. 그러다 흥부가 다리 다친 제비를 발견하고 정성껏 치료해주는 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독자의 기대감은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3. 절정으로 치닫는 '전(轉)'
이야기의 흐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가장 극적인 단계입니다. 바로 클라이맥스(절정) 구간입니다. 흥부가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어 열린 박을 탔더니 온갖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부자가 되는 장면이 바로 '전'입니다. 반대로, 놀부가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얻은 박에서는 도깨비가 나와 쫄딱 망하게 됩니다. 이처럼 '전'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가장 큰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부분입니다.
4.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결(結)'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그 결과가 나타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되고, 이야기가 담고 있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명확해집니다. 흥부는 착한 마음씨 덕분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고, 놀부는 잘못을 뉘우쳤다는 결말은 독자에게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어지럽게 펼쳐졌던 모든 이야기를 차분하게 정리하며 독자에게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마무리입니다.
내 이야기에 '기승전결' 양념 더하기
기승전결은 고전 소설에만 쓰이는 낡은 공식이 아닙니다. 유튜브 브이로그, 자기소개서, 심지어 친구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만능 도구입니다.
1. 평범한 일상도 한 편의 영화처럼
여행 브이로그를 만든다고 상상해 봅시다. '기'에서는 공항에 도착해 설레는 마음을 보여주고, '승'에서는 비행기를 놓칠 뻔하거나 숙소를 못 찾는 등 작은 문제 상황을 보여줍니다. '전'에서는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도움으로 아무도 모르는 맛집을 발견하는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고, '결'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의 추억을 쌓고 교훈을 얻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단순한 일상 기록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재탄생합니다.
2. 자기소개서와 면접,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역시 훌륭한 기승전결의 무대입니다. '기'에서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승'에서는 관련된 경험을 하던 중 발생했던 어려운 과제나 문제를 설명합니다. '전'에서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노력으로 그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던 결정적 순간을 강조하고, '결'에서는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역량과 교훈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연결하며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냥 경험을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3. 1분짜리 숏폼 영상도 쫀득하게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숏폼 콘텐츠에서 기승전결은 더욱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요리 영상이라면, '기'에서 완성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먼저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승'에서는 평범해 보이는 재료들을 보여주고, '전'에서는 아무도 예상 못한 특별한 비법(예: 재료를 끓이는 대신 굽는다)을 공개해 놀라움을 줍니다. '결'에서는 그 비법으로 완성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도전 욕구를 자극합니다.
결론
기승전결은 글쓰기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더 매력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오늘 있었던 작은 일부터 기승전결 구조에 맞춰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밋밋했던 당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제 동양 고전의 지혜를 빌려 당신만의 멋진 이야기를 세상에 펼쳐 보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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