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 선택, 어떤 시점이 내 이야기에 가장 적합할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나'라고 해야 할까, '그'라고 해야 할까?", "1인칭, 3인칭... 뭐가 뭔지 너무 헷갈려요."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시점 선택은 단순히 호칭을 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영화를 찍기 전 어떤 카메라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인공의 눈에 바싹 붙은 카메라를 쓸지,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카메라를 쓸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소설 쓰기의 첫 단추인 '시점'에 대해, 완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1인칭 시점: 독자와 주인공을 하나로 만들기
1인칭 시점은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마치 주인공이 자신의 하루를 담은 브이로그(Vlog)를 찍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의 마음을 통해 모든 것을 느낍니다. 이 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1인칭 주인공 시점: '나'의 이야기
이야기를 서술하는 '나'가 바로 주인공인 경우입니다. 독자는 오직 주인공인 '나'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문을 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서늘한 공기가 내 목덜미를 스쳤다."처럼 말이죠.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나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실제 사례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 수 있습니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나'는 주인공의 친구
이야기를 서술하는 '나'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옆에서 지켜보는 주변 인물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홈즈가 아닌 왓슨 박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나는 홈즈가 방 안을 둘러보는 것을 지켜봤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처럼 주인공의 행동은 보여주되 그의 속마음은 감춰 미스터리를 만듭니다. 독자는 관찰자인 '나'와 함께 주인공을 추리하게 되죠.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3인칭 시점: 이야기의 신이 되어보기
3인칭 시점은 작가가 이야기 밖에서 '그', '그녀', '그들'과 같이 인물들을 부르며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영화감독이 되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정 주인공만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쓸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아는 신의 시점에서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1. 3인칭 제한적 시점: 주인공의 어깨에 앉은 카메라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오직 한 명의 특정 인물에게만 시점을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그 인물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 서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문을 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방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서늘한 공기에 소름이 돋았다."와 같습니다. 1인칭 시점처럼 깊은 몰입감을 주면서도 '나'가 아닌 '그'라는 거리감을 통해 더 넓은 행동반경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이 시점의 좋은 예시입니다.
2. 3인칭 전지적 시점: 모든 것을 아는 신의 눈
작가가 말 그대로 신처럼 모든 인물의 속마음과 과거, 미래까지 모든 것을 알고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전지적(全知的)'이란 '모든 것을 안다'는 한자어입니다. "그는 심장이 뛴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옷장 안에는 범인이 숨어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비웃고 있었다는 사실을."처럼 한 인물이 모르는 사실까지 서술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인물 관계나 거대한 사건을 다루기에 유리하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대하소설에 자주 쓰입니다.
내 이야기에 맞는 시점 선택하기
그렇다면 수많은 시점 중에서 내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어떤 효과를 노리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당신이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길이 보입니다.
1. 독자의 몰입감이 중요하다면?
독자가 주인공과 하나가 되길 원한다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3인칭 제한적 시점을 추천합니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오롯이 따라가게 만들어 이야기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나 심리 변화,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독자는 주인공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2. 반전이나 미스터리가 중요하다면?
이야기의 핵심이 미스터리나 반전이라면 1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3인칭 제한적 시점이 탁월한 선택입니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전부 보여주지 않고 행동과 대사 중심으로 서술하여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스스로 단서를 찾고 추리하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독자의 허를 찌르기 위해 이 시점을 즐겨 사용합니다.
3. 거대한 세계관과 여러 인물의 관계가 중요하다면?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거대한 서사나 복잡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다면 3인칭 전지적 시점이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작가는 자유롭게 시점을 이동하며 각 인물의 생각과 숨겨진 사연, 사건의 전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특정 인물이 아닌 이야기 전체의 큰 그림을 조망하며, 마치 신의 자리에서 인물들의 운명을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결론
시점 선택은 정답과 오답이 있는 수학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시점이 더 우월한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구'를 고르는 과정입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1인칭이라는 브이로그 카메라를, 복잡하고 거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면 3인칭이라는 감독의 카메라를 선택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같은 장면을 여러 가지 시점으로 짧게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시점이 당신의 손에 가장 잘 맞고,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빛나게 하는지 직접 느껴보세요. 당신의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카메라는 이미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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