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은 어떻게 지을까? 작가의 페르소나 만들기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내 본명으로 글을 써도 될까?' 혹은 '멋진 가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지어야 할까?'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글쓰기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보고 나를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민은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필명은 단순한 가명이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입을 작업복이자 독자를 만나는 가면과도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초보 작가들이 자신만의 멋진 필명을 짓고, 그것을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인 '페르소나'를 확립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필명이 필요한 이유와 작가의 페르소나
1. 사회적 자아와 창작적 자아의 분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직장에서는 대리님으로, 가정에서는 부모나 자녀로 불립니다. 필명은 이러한 일상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오롯이 '쓰는 사람'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 '페르소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연극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데,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의미합니다. 필명을 쓴다는 것은 작가라는 새로운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본명으로 글을 쓸 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체면 같은 부담감에서 벗어나, 더욱 솔직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2. 글의 주제와 어울리는 분위기 형성
이름은 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주 감성적이고 따뜻한 수필을 쓰려고 하는데, 필명이 너무 딱딱하거나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면 독자는 혼란을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재테크나 경제 관련 전문 지식을 전달하려는데 필명이 지나치게 장난스럽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 정보를 다루는 블로그라면 '김철수'라는 흔한 본명보다는 '스마트 부자'처럼 직관적인 필명이 독자에게 전문성을 전달하기 좋습니다. 이처럼 필명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색깔을 미리 보여주는 간판 역할을 수행합니다.
3. 개인 정보 보호와 자유로운 표현
인터넷 세상은 정보가 매우 빠르게 확산하는 곳입니다. 본명을 사용하면 원치 않게 나의 직장 동료나 가족이 내 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나의 솔직한 감정이나 경험을 적는 데 제약이 되기도 합니다. 필명을 사용하면 나의 사생활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1명이라도 나를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필명은 그 확률을 0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이는 작가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마음껏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됩니다.
기억에 남는 필명을 짓는 구체적인 방법
1. 의미 있는 두 단어의 조합 활용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 다른 두 단어를 조합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 추구하는 가치, 혹은 좋아하는 사물 등을 나열해 보고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벽'이라는 시간대를 좋아하고 '편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면 '새벽 편지'라는 필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별명에 구체적인 명사를 붙일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 별명이 '거북이'였고 책을 좋아한다면 '책 읽는 거북이'라고 지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익숙한 단어들을 조합하면 독자들도 한 번 들었을 때 쉽게 기억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순우리말이나 외국어 사전 활용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독특한 단어를 찾아 필명으로 삼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국어사전을 펼쳐 예쁜 순우리말을 찾아보거나, 라틴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단어 중에서 발음이 좋고 뜻이 멋진 단어를 골라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입니다. 이를 그대로 쓰거나 조금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너무 어려운 단어나 발음하기 힘든 외국어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자가 검색창에 입력할 때 오타를 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뜻은 깊되 발음은 명료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롤모델의 작명 방식 벤치마킹
유명한 작가들이 어떻게 필명을 지었는지 살펴보면 훌륭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물 깊이를 뜻하는 뱃사람들의 용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필명을 지었습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출판사의 권유로 성별을 감추기 위해 이니셜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존경하는 작가나 좋아하는 블로거가 있다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분석해 보고 그 방식을 내 상황에 맞게 적용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필명을 확정하기 전 점검해야 할 사항
1. 검색 엔진을 통한 중복 확인
마음에 드는 이름을 정했다면, 반드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에 해당 이름을 입력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한 필명을 이미 아주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사용하고 있다면, 그 이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여러분의 필명을 검색했을 때, 여러분의 글이 아닌 유명인의 정보가 먼저 나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검색 결과가 0건이거나 10건 미만으로 나오는 희소성 있는 이름이 가장 좋습니다. 나중에 여러분이 유명해졌을 때, 그 이름이 곧 여러분을 나타내는 고유한 브랜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2. 발음의 용이성과 기억의 편의성
필명은 눈으로 볼 때도 좋아야 하지만, 입으로 소리 내어 불렀을 때도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발음이 꼬이거나 혀가 굳는 느낌이 드는 이름은 타인에게 소개할 때도 민망하고, 독자들의 뇌리에도 잘 박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3글자에서 4글자 정도가 가장 부르기 편하고 기억하기 좋습니다.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 후보로 정한 필명들을 들려주고, 어떤 이름이 가장 부르기 편하고 느낌이 좋은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한 번 듣고 "아, 그 이름 참 좋다"라고 반응한다면 성공적인 작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지속성
유행어는 그 당시에는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1년이나 2년만 지나도 매우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필명에 넣는다면, 먼 훗날 여러분의 글을 읽는 독자는 괴리감을 느낄 것입니다. 작가로서의 삶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습니다. 10년, 20년 뒤에 내 필명을 다시 보았을 때도 부끄럽지 않고 은은한 멋이 느껴지는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보편적인 단어나 고유명사를 활용하는 것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필명을 만드는 비결입니다.
결론
필명을 짓는 것은 작가로서 태어나는 첫 번째 창조적 행위입니다. 본명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 내가 꿈꾸던 작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거창하거나 완벽한 이름을 찾으려 너무 오랜 시간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가 글을 쓰면서 자신의 문체나 주제가 확고해질 때 필명을 조금씩 수정하거나 ~ 작가, ~ 님 등을 붙여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름을 쓰느냐보다, 그 이름으로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만의 멋진 페르소나를 만들고, 그 이름으로 첫 문장을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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