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초

소설 속 시간의 흐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하는 법

상상력발전소 2025. 12. 5. 18:49

소설 속 시간의 흐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하는 법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분들은 종종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모든 일을 다 적어야 하나요?" 혹은 "중요한 사건을 쓰고 싶은데 글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져요."라는 의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1초, 1분, 1시간씩 흐릅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시간은 다릅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1분이 책 10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단 한 줄로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 쓰기의 묘미이자, 초보 작가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기술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소설 속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방법을 아주 쉬운 예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소설 속 시간의 흐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하는 법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확대'의 기술

1. 찰나의 순간을 슬로 모션처럼 보여주기

영화에서 주인공이 총알을 피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눈이 마주치는 순간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화면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며 관객의 숨을 멈추게 합니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과 3초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순간이라도, 작가가 그 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길게 늘여서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의 상황이라면, 다가오는 차의 라이트 불빛, 끼익 하는 브레이크 소리, 튀어 오르는 유리 조각의 모양까지 하나하나 묘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독자는 그 짧은 3초를 아주 길고 긴장감 넘치게 느끼게 됩니다.

2. 오감을 활용한 상세한 묘사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려면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주인공이 느끼는 감각을 아주 자세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는 커피를 마셨다"라고 쓰면 1초 만에 읽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원두 향기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온몸에 온기가 퍼졌다."라고 쓴다면 어떨까요? 독자는 글을 읽느라 멈춰 서게 되고, 소설 속 시간은 자연스럽게 천천히 흐르게 됩니다.

3. 인물의 복잡한 내면 심리 서술

사람이 생각하는 속도는 행동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고백을 했을 때, 대답을 하기까지는 5초도 걸리지 않지만,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합니다. 소설에서는 이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풀어냄으로써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침묵이 흐르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주인공이 겪는 갈등, 과거의 기억,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길게 서술하면 독자는 그 찰나의 침묵을 아주 깊고 무겁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은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시간을 빠르게 건너뛰는 '압축'의 기술

1. 의미 없는 일상은 과감히 삭제하기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주인공의 모든 행동을 중계하듯 적는 것입니다.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다. 세수를 했다. 옷을 입었다. 현관문을 열었다." 이런 글은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이를 닦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이런 일상적인 과정은 아예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다음 중요한 장면으로 넘어가세요. 아침 식사 장면 다음 줄에 바로 점심시간의 사건이 나와도 독자들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믿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2. 긴 시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요약'이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혹은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와 같은 문장입니다. 이렇게 쓰면 독자는 그 긴 시간 동안 별다른 큰 사건이 없었음을 이해하고, 곧바로 다음 이야기에 집중할 준비를 합니다. 만약 100일 동안의 훈련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면, 매일의 훈련 내용을 적는 대신 "그는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검을 휘둘렀다."라고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됩니다.

3. 반복되는 사건을 하나로 묶기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될 때 그것을 매번 묘사하면 글의 속도감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매일 학교에 가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월요일에 괴롭힘 당하는 장면, 화요일 장면, 수요일 장면을 모두 똑같이 쓴다면 독자는 지쳐서 책을 덮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일주일 내내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때로는 교과서가 찢겨 있었고, 때로는 체육복이 사라졌다."라는 식으로 반복되는 사건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면서도 상황의 심각성은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독자를 사로잡는 시간 조절의 리듬

1. 빠름과 느림의 조화

좋은 음악에는 강약이 있듯이, 재미있는 소설에도 속도의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시간을 느리게 묘사만 하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 답답하고, 반대로 계속해서 요약만 하면 수박 겉핥기 식이 되어 감동이 없습니다.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시간을 최대한 느리게 하여 몰입감을 높여야 합니다. 반면 사건과 사건 사이를 연결하는 구간이나 정보 전달이 목적인 부분에서는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야 합니다. 이 빠름과 느림이 적절하게 섞일 때 독자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끝까지 글을 읽게 됩니다.

2. 카메라 렌즈처럼 생각하기

소설을 쓸 때 자신을 영화 감독이라고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손에는 줌 렌즈가 들려 있습니다. 독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중요한 장면에서는 줌을 당겨서(Zoom-in) 인물의 표정과 땀방울까지 크게 확대해서 보여줍니다(시간 지연).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동 장면이나 대기 시간은 줌을 멀리 빼서(Zoom-out) 풍경 전체를 빠르게 훑고 지나갑니다(시간 압축). 내가 지금 쓰는 이 장면이 클로즈업이 필요한 장면인지, 아니면 멀리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야 할 장면인지 항상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결론

소설 속에서 작가는 시간의 지배자입니다. 1초를 영원처럼 늘릴 수도 있고, 10000년의 세월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가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가'입니다. 독자가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이입하기를 원한다면 시간을 늦추고 상세하게 묘사하십시오. 반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어 다음 사건을 궁금해하게 만들고 싶다면 과감하게 시간을 건너뛰고 요약하십시오. 오늘 배운 '묘사'와 '요약'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여러분의 글은 훨씬 더 생동감 넘치고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글 속 시간을 조절해 보시길 바랍니다.